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미래.

글쓴이
원유철
등록일
2002-08-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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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인가, IBM이 PC를 처음 이세상에 발표했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Apple II 컴퓨터보다 풜씬 비쌌던 하드디스크 내장형 PC를 보고, 저렇게 비싼 PC를 누가 살까라고 생각했었다. 무엇보다 당시 돈으로 200-300만원하는 PC를 사서 도움이 될만한 분야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임용이라면 Apple II 복제품이나 삼성에서 나온 SPC-1000 정도면 충분하고, 비즈니스용이라면 PC보다 훨씬 좋은 main frame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수요를 못찾은 PC는 조만간 없어질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20년전에 200-300만원하는 PC는 지금도 고급제품이 200-300만원한다. 그리고 성능은 비교조차 할수없게 향상되었으며,이제는 인터넷과 연결되어 불과 10년전만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PC가 대성공을 거둘수 있었던 원인은 크게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반도체기술의 향상이다.  기술혁신으로 반도체 성능은 무어의 법칙을 따르면서 향상됨과 동시에 가격이 떨어졌다.  어디에서, 만약 반도체 가격인하가 자동차에도 적용되었다면, 롤스로이스를 3000원에 살수있을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이처럼 최근 20년동안의 반도체기술혁신및 가격인하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경험이다고 생각한다. 이런 혁명적인 기술혁신이 PC를 대량보급시킨 일등공신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인터넷과의 결합을 통한 정보의 분산화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보를 가지고 싶어하는 본능을 PC와 인터넷이 건드린 것이다. 이제는  PC와 인터넷으로 인해, 누구든 원하는 정보를 주고 받을 수있게 되었으며, 전세계 누구와도 small business를 쉽게 할수있게 되었다. 최소한 정보의 양이 부족해 보다 싼 물건을 구입 못하다던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 이야기를 못나눈다던가, interactive game을 못한다던가 하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우리는 정보의 권력이 상층부에서 하층부로 분산되면서 벌어진 상상하지 못했던 시대를 살고있다.

그런데 이런 분산화로 인한 혁명이 에너지분야에도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풍력,태양력과 같은 대체에너지 (alternative energy)가 이제까지 원자력,화력,수력을 대신해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와같은 대체에너지는 환경문제와 연결되어 지금도 연30% 이상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은 축적된 기술혁신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경제성에서 화력발전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 환경친화적인 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장점이 있는 풍력발전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성공할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특히 풍력에너지에 기대를 품고있는 것이 또하나 있으니, 바로 에너지의 분산화이다. 풍력발전은 기존 에너지와 다르게, 바람이 강하면 어디에든 세울수있으며, 국가, 대기업만 소유할 수있는것이 아니라 소기업, 심지어 조그만 땅을 가진 개인도 세울수 있다. 이제는 개인도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자급자족하고 남은 에너지를 시장에 팔수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뿐아니라, 풍력발전소는 바람이 강한 해안가, 평활한 미개척지, 사막지역에서 더욱 높은 효율을 보이는데, 이런 지역은 상대적으로 미개척된 지역이나 저개발국가에 많다. 예를 들어 저개발국가인 스리랑카의 수도 치타공에는,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평균풍속 6.8m/s의 바람이 분다.또한 말레이지아 동해안은 몬순의 영향으로 7-8m/s의 평균풍속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필리핀도 풍력발전이 가능한 지역이 많으며, 아프리카 해안국가또한 태양력발전과 연결시키면 더 좋은 에너지수확효과를 보일수있는 지역이 많다. 이들 아시아,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는 전기만 있으면 그 나라들이 보유한 또다른 자원을 개발할수 있을 뿐아니라 식수개발, 농경지개척및 사막화방지와 같이 원주민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도와줄수있다. 따라서 풍력에너지와 같은 분산형 대체에너지는, 이들 나라에서  일어나는 식량부족현상을 근본적으로 타개하는데 도움을 줄수 있을뿐 아니라,  이제까지 자원빈국이 자원보유국으로 탈바꿈할수 있게 됨으로서 그들의 생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분산형 에너지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더 싸져야하며, 보급에따른 기존 에너지업계와의 경쟁,협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분산형 대체에너지는 이미 시대적 대세이다. PC가 인터넷과 결합되어서 main frame을 밀어내고 정보의 권력을 일반대중에 넘겨줘 우리생활에 큰 변화를 이루어낸것처럼, 분산형 대체에너지가 저개발국가의 자립을 촉진시키고, 또한 에너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구를 자극해, 인류생활에 또한번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줄지 두고볼 일이다.





 
  • 쉼업 ()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역시 소형화의 추세인가요.

  • 임호랑 ()

      흠~ 제 분야가 발전/에너지와도 관련이 있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최신 기술발전 추세를 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게 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기술연구원이나 전력전자학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해오고 있는데,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돌풍이나 태풍에 대한 대비, 일정치 않은 풍속에 따른 발전량 기복변화문제 등) 및 한반도의 낮은 풍속환경, 비싼 전력전자 부품/시설비 등이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물론 크게 봐서 경제성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일부해결되어 운용되고 있고, 또 개선이 가능합니다. 결국 석유값이 올라가고 전력전자부품/설비값이 내려가서 경제성이 더 우수하게 될 때 상업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그 시기를 2020년 전후로 보고, 태양광/열 발전 및 조력/지열발전과

  • 임호랑 ()

      더불어 기초기술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가지 좋은 기술전략은, 우선은 전기자동차와 같이 국제규격과 환경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2000-2020년), 여기서 축적된 기술(발전/구동, 전력변환, 밧데리, 제어, 설비기술 등)을 그대로 차기 대체 에너지개발에 활용한다면 적절할 것으로 봅니다. 그게 이공계 인력활용이나 시장의 변화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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