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들...

글쓴이
배성원
등록일
2002-06-27 13:3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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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건
산자부가 얼마전 검토중(!)이라고 발표한 - 시행 확정이 아닌 - 내용은 또 한번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 계획이 실행되도록 확정되었다고 치자.
시행 대상, 즉 수혜대상은 대체로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그리고 미취업 공대 졸업생이라고 한다.
웃긴다.
어떤 대학생이 의대 갈 성적으로 1년에 1000만원의 미끼에 걸려 공대로 가겠나?
영악한 고등학생들이 그 따위 알량한 1000만원 바라보고 공대를 간다고 생각한다니.... 차라리 고교생들을 산자부에 투입해서 계획을 짜라.

지금 관료들은 이공계 기피의 근본 폐해에 대해서 파악이 아직 돼지 못한것 같다.
학벌사회/졸업장 사회인 이나라에서는 아무리 이공계를 기피한다고 해도 졸업장 준다고 하면 학생은 꼬여들기 마련이고 정원은 채우게 된다. 문제는 그나마도 어렵게 준다고 해서는 정원이 차기 힘듦으로 점차로 쉽게쉽게 졸업장을 주게 될거고, 그로인한 학력부실은 결국 국가가 짐으로 떠안는 결과가 된다. 정원만 차면 아무문제가 없나? 그중에 똑똑해서 해외유학 한 놈만 뽑아 쓸거라고?

드디어 나왔다. 우리 훌륭한 공무원 아저씨들이 드디어 공돌이 수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필리핀이 아무리 못살아도 이 따위 사회적 대우에 그나라 학생이 장학금 얼마에 감동해서 이나라에 눌러 앉을까?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오긴 온다. 지금도 동구권이나 동남아 학생들은 개별 학교의 장학금에도 고무되어 우리 대학원에 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러시아나 동구, 중앙아시아의 재원들을 이런 식으로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것도 길어야 5년이다. 그나라에서 산업회의 기초가 다져지기 시작하고 산업인프라 구축이 시작되는 5년 후 쯤엔 지금 장하금 주고 있던 그 애들 다 돌아간다. 그 다음엔 누굴 데려올건지 지켜봐야 겠다.
헛 웃음이 나온다. 이건 쇼다. 미국이 하고 유럽이 하니깐 우리도 일단 한다!? 미쳤다. 완전히 미쳤다. 

냉정해 지자. 내가 짜증을 왜 내나. 밥이라도 안 굶고 사니....이런 미친 정책이 실패해도 책임 지는 놈 하나 없겠지. 또 그렇게 세월은 가고......노래 가사 같구나.

  • 정문식 ()

      차라리 모든 고등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다면 오히려 환부를 더 철저히 도려 낼 수 있겠는데, 그넘의 학벌주의 때문에 보이콧도 불가능하게 된 것 같네여... 솔직히 말해서 지금 고등학생들이 공대 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해도, 막상 수능 성적표가 배부되고 원서를 쓰기 시작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공대에 가는 한 지금과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 정문식 ()

      그리고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전에 한겨레신문에서 도정일 교수님이 말씀한 것과 같이 한국 대학은 '캐리커쳐'이고 '농담'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봅니다. 투자는 안 하면서, 너도나도 공부에 흥미가 있든 없든 간에 대학 가겠다고 아우성치니까 마치 인심 쓰듯이 정원만 마구잡이로 늘려 놓고, 그리고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 봤자,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껍데기라도 쓰지 않으면 자녀들이 사회에서 무시당할까봐 과외비, 등록금으로 허리가 휘고... 소위 교육학자라는 인간들은 한국의 교육열이야말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 운운하며 떠벌여대고 있는데, 이런 미친 짓이 언제까지 갈 지 상당히 궁금하네여...

  • 정문식 ()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자녀를 과학자나 엔지니어로 키우고 싶다면 이른바 '원정 출산'을 해야 할 세상이 오겠네여(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물론 다른 분야에 자질이 있는 아이들이야 오히려 허울만 남은 이른바 '대학'과 '연구소'들이 줄줄이 망하면 그넘의 '공부하라'라는 잔소리에 시달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전념하면 되겠지만(장기적으로 볼 때 얼마나 오래 갈 지는 미지수지만...) 이공계, 인문계를 떠나서 진정으로 학구적 자질이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여? 이제 앞으로는 공부 잘 하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는 그런 엽기적인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네여...

  • 정문식 ()

      작금의 이공계 위기 이면에 있는 한국 교육의 실태를 보면 마치 루신의 '광인일기'에 나오는 '나는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도 남을 잡아먹으려고 미쳐 날뛰는...'의 구절이 연상되네여... 그래서 잡아먹힐 걱정 없이 남을 잡아먹을 수 있는 몇몇 학과로 가기 위해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나 생각되네여...

  • 배성원 ()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광인들의 사회에 살고 있고, 이 사회가 광인을 양산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죠....

  • 정문식 ()

      '광인일기'에서 '광인'은 마을 사람들의 부조리와 인습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선각자'를 의미합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미친 x'으로 몰아붙여서 창고에 가두어 버리져... 물론 여기서 '광인'은 유교의 인습에 매몰된 20세기 초의 타락한 중국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을 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박노자 교수께서도 '당신들의 대한민국' 프롤로그에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낡은 인습과 부조리가 횡행하는 21세기 초의 한국 사회 또한 노신이 묘사한 100년 전의 중국 사회와 비슷하다고 했져... 각설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광인'이 필요할지도 모릅

  • 정문식 ()

      니다. 

  • 김일영 ()

      전 가장 안타가운게 4+1 정책입니다. 지금도 대학원이 많고 대학원 인원도 못채우는 학교가 태반인데 대학원을 더 부실하게 만들려는 계획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미 각 대학마다 야간대학원생이 주간대학원생만큼 또는 더 많이 배출되어 석사가 학사만도 못한 것이 되어버렸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시간만 지나면 좋은 기술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그 생각자체가 한심합니다. 아마 2005년쯤에는 박사도 지금 석사처럼 되지 않을까하여 유학해야 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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