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파동에 대한 짧은 생각

글쓴이
원유철
등록일
2002-08-1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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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만약 1건의 큰 사건이 터지려면, 그전에 29건의 작은 사건이 생기고, 300건의 이상징후들이 생긴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터널 붕괴같은 큰 사건이 터진다면, 그 사건보다 먼저 29건의 돌발적 침수로 인한 통행금지나  큰 낙석같은 작은 사건이 생기며, 그리고 300건의 작은 낙석이나 금이 갈라지는 이상징후들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계속 발생하는 연관성있는 작은 징후들은 나중에 큰 사건을 부르는 사전 전주곡이 될수있으므로, 소홀히 하지말고 미리 대비해야한다는 뜻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일관되게 발생하는 작은 사건,현상들은 결코 작은 사건만 계속 부르는 것이 아니고, 상상하지 못한 큰 사건으로 반드시 연결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비선형 법칙이다.  근본적으로 비선형변화는 인간이 해석하기 까다롭지만, 그중에는 하인리히 법칙을 따르는,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비선형변화도 있어서 사람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대처할수있는 일도 많다.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의 1등상품의 수가 줄고있지만, 중국은 거꾸로 폭발적으로 늘고있는 추세라고 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된다는 의미는 깊다. 상품의 질과 가격이 1%만 앞서도, 시장을 50%이상 독점해버리는 예는 많으며, 많은 경우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그 시장을 독점하는 상품이 되곤했다. 거꾸로 한번 밀리면, 그냥 끝나는 경우도 많아서, 미국의 철강제품이 그 대표적 예이다. 우리나라의 1등상품의 수가 줄고있다는 의미는, 조만간 완전히 시장에서 밀려날 우리나라 상품의 수가 늘고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해 여러면에서 모델이 되고있는 일본에서는, 요즘 중국상품에 대한 견제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10년 장기불황으로 지친 마당에, 경쟁력있는 중국제 상품이 자국시장에 범람한다면 신경질이 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택할수있는 정책이란게 별로 없다. 일본도 잘못하면 더 큰 무역보복을 당할수있다는 것을 한국의 마늘파동에서 배웠으리라.  이처럼 최근에 있었던 마늘파동은, 한국도 Globalization의 큰 물결에서 벗어날 수없다라는 사실을 깨우쳐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만약 마늘 농가에 대한 보조금이 없어진다면, 한국 마늘은 더이상 생존할수 없게된다. 안타깝지만  사무실에서 타자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이대로 간다면 한국마늘도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을 날이 멀지않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앞으로 마늘파동과 같은 사건이 줄줄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大를 위해 小를 희생할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小가 마늘 하나로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늘파동뉴스나, 1등상품뉴스나, 외국자본이 한국으로는 잘 안오고 중국으로만 몰려가고 있다라는 뉴스나, 모두 연관성있는 '작은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작은 사건들이 앞으로도 '작은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처럼 중국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가까운 존재가 되기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지만, Globalization으로 인해 앞으로 더더욱 자주 접하게 될것이다. Globalization은 전통적 의미의 경기순환을 의미없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다시말해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면 다시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전통적 의미의 경기순환이지만, Globalization은 공급이 영원히 줄지않아 버리는 기형적 시장구조 를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가격이 떨어지는데 공급이 떨어지지 않으면, 경쟁력없는 상품은 자취를 감출수밖에 없다. 도무지 끝날 것 같아보이지 않는 일본의 장기불황은, 상품이 경쟁력을 잃어 버리면 그 상품을 생산하는 토지,사람도 가치가 떨어져버린다는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Globalization이 수요가 영원히 줄지않는 유토피아적 미래를 가져다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단 열매를 따먹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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