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맥 일군 한국의 이공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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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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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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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맥’ 일군 신흥 부자들

<시사저널> 선정 ‘자산 3백억 이상 기업 인 20인’/대부분 이공계 출신, 평균 나이 40세…정보통신 관련 사업이 주류


정주영과 이건희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우상들이 떠오르고 있다. 외환 위기를 전후한 격변 속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흥 부자들이 그들이다. 1990년대 이후 사회가 가파르게 변화하면서 ‘땅 부자’ ‘현금 부자’ 시대는 가고 ‘주식 부자’ ‘디지털 부자’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젊은 사람이, 빠르게, 아주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기존 ‘보통 부자’들과 구별된다.

<시사저널>은 주주 지분 변동 정보 서비스업체인 ‘미디어에퀴터블’의 도움을 받아 신흥 부자 20인을 선정했다. 승계에 의해 부를 물려받은 사람들은 선정에서 제외했고, 1990년대 이후 창업해 자수 성가한 사람들 가운데 상위 20인을 뽑았다. 이들은 개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 총액이 재계 전체를 통틀어 130위 안에 들고 주식 평가액이 3백억원을 넘는 부자들이다(55쪽 표 참조).

한국 제일의 기업인 삼성그룹이 창업된 때는 1938년. 무역을 위주로 한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제일모직을 주력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이 최초로 천억원대 매출을 돌파한 것은 1973년이다. 창업에서 천억원 매출을 이룩하기까지 35년이 걸렸다.

반면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 개발 업체 엔씨소프트의 경우를 보자. 1997년 창업한 이 업체는 게임 하나로 5년 만에 1천2백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9억원(1998년)-80억원(1999년)-5백82억원(2000년)-1천2백억원(2001년)으로 매출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순익을 따져보아도 1999년 31%에서 2000년에는 242%로 무려 8배나 늘어났다. 기존 대기업들 처지에서 볼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정도의 급성장이다. 덕택에 이 회사 김택진 사장은 34세에 3천억원대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주식 평가액이 2천억원을 넘는 ‘주식 부자’는 2000년 말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11명으로 늘어났고, 천억원이 넘는 사람은 8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2월15일 현재 주식 평가액이 천억원을 넘는 사람은 29명이고 이 가운데 5명(17%)이 신흥 부자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한동원 정소프트 사장·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소장·변대규 휴맥스 사장·김도현 모디아소프트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코리안 드림’의 상징적인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명문대 출신은 소수

신흥 부자 20인의 면면을 따져보면 이들은 확실히 새로운 색깔을 갖고 있다. 우선 평균 나이를 따져보니 40세였다. 30대가 8명인데 김도현 모디아소프트 사장·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송재경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35세에 불과했다. 최고령자는 48세인 한동원 정소프트 사장.


ⓒ 시사저널 이상철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대학은 또 어떤가. 5명이 서울대를 나와 ‘세력’을 형성했을 뿐 나머지는 의미가 없었다. 아주대 숭실대 광운대 전남대 호서대 인천체대 등 거개가 이른바 명문 대학과 상관없는 학교를 나왔다. 김 철 피앤텔 사장처럼 아예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또 이공계 전공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신흥 부자 20인 가운데 65%인 13명이 대학에서 이공계 학과를 졸업했고, 특히 전산과 컴퓨터,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았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전공하는 것이 일반화한 대기업 2, 3세 경영인들과 확실히 다르다.

게임과 보안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많았고, 의류업체를 경영하는 좋은사람들의 주병진 사장을 제외하면 무선 데이터 통신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핸드폰 케이스를 제조하는 등 모두 정보 통신 쪽과 관련이 있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신흥 부자들은 기존 관념을 파괴하면서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 풍부한 경험은 물론이고 특별한 사회적 배경이나 인맥, 심지어는 학위도 없이 한국 사회의 부를 만드는 중심부에 곧바로 진입했다. 이들이 신흥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동아일보
한동원 정소프트 사장

우선 시대를 잘 만났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트랜드 연구가인 미국의 C. 브릿 비머와 로버트 L. 슈크는 “미국 역사상 1990년대만큼 막대한 부가 창출된 시기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인터넷이라는 혁명적인 매체가 등장하고 정보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시대가 1990년대였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곽수일 교수는 “1960년대에는 상업 자본이, 1970년대 이후에는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이 부를 형성했고, 최근에는 벤처 자본이 새로운 부를 창출해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디아소프트 김도현 사장은 “자수 성가한 사람들은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나 역시 기회를 잘 탔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기회가 왔어도 기회인 줄 모르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는 법. 때문에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을 ‘판단력’이라고 강조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는 안목과 성장하는 시장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여기에 더해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소는 지난 1월 22일, 다른 몇개 업체와 함께 엔씨소프트와 모디아소프트를 ‘한국의 초고속 성장 기업’으로 선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두 회사의 공통적인 성공 비결은 우수한 기술력과 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모디아소프트는 전체 직원의 47%가 연구 인력이고, 엔씨소프트는 김택진-송재경이라는 마니아 정신으로 무장한 우수한 인력이 회사의 급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시사저널 안희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특이한 점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모디아소프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기업 문화’를 꼽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의 설명은 이렇다. “능력보다는 헝그리 정신을 더 높이 사 부도가 나거나 화의 상태인 기업체 출신들을 적극 채용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사원 주주제 등을 통해 유연한 기업 문화를 일군 것이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3무’ ‘1/3’ 등 독특한 경영 철학 소유

이런 독특한 기업 문화는 다른 신흥 부자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택진 더존디지털웨어 사장의 경영 철학은 ‘3無’이다. 성별·학력·출신지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것. 대경상고를 나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차별 속에서 깨달은 철학이다.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은 ‘1/3’ 철학을 갖고 있다. 회사 경영 수익을 3등분해 종업원·주주·회사에 동일하게 나누어준다는 것. 한 신흥 부자는 자신의 역할을 ‘오너가 아니라 머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처럼 신흥 부자들은 젊고 수평적이며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시사저널 윤무영
변대규 휴맥스 사장

그러나 이들은 ‘부자’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화려함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불 안 가리고 앞을 향해 뛰기도 바쁜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대부분이 ‘주식’이라는 형태를 통한 ‘가상 부자’ 상태이기에 주식의 등락에 따라 언제든 부의 규모가 널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부자들의 3분의 2는 자신들이 축적한 부가 언제라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도가 높은 주식에 의존하고 있기에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늘 갖고 있는 것이다.

김도현 모디아소프트 사장은 감당하기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 신흥 부자는 외환 위기 이후 나라는 망해도 기업은 살 수 있을 만큼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머리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안희태
김도현 모디아소프트 사장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씨는 신흥 부자들이 자신들의 위상을 파악하는 데 혼돈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씨는 “순식간에 사회적인 위상이 바뀌면서 한편으로는 유혹에 빠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등 내적으로 갈등과 불안 심리가 있을 것이다. 신흥 부자들은 돈을 벌었다고 스스로를 금방 변화시키지 말고 일정하게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고수하면서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미국에서 100만 달러 이상을 갖고 있는 백만장자의 수는 1995년에서 1998년 사이에 36.6%나 증가했는데, 이들 가운데 80%는 자수 성가한 사람들이다. <부의 패턴>을 쓴 해리덴트는 우리가 인쇄기·화약을 발명하고 과학과 발견의 시대를 연 15세기 이후 최대의 경제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간은 변화하는 사람과 기업에게 많은 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신흥 부자들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기회를 잡아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해리덴트가 예언한 대로라면 아직도 부의 혁명이 진행 중인 우리 사회에서 신흥 부자가 탄생할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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