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곳은 어디인가?

글쓴이
김용국
등록일
2002-08-16 07:4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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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님 안녕하세요. ^^;

처음에 글을 읽었을때와는 다르게 다시 읽어보니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찼으면 하는 바램에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세상은 절대로 완벽하지도 않고 계획된 대로 가지도 않으며, 그럴싸한 조직을 만들어 유지하는 천재도 관리자도 없음을 역사를 통해서 우린 보아왔습니다.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을 주어진 대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면, 결국 좀 더 낳은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불만이 생기게 되는 까닭은 현실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게 큰 목소리를 낼 정도가 된 것이면 이미 기존의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징조입니다.

자....그럼 이공계이야기를 해볼까요.

적성에 맞추어 이공계를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말에는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진로를 택할 무렵의 이공계의 청사진은 지금 보여지는 우리나라의 현상과 같은 모습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열의 특징을 평범한 보수, 적은 대인관계, 지식노동과 실험, 다른계열에 비해 짧은 생명등이라고 정의 하셨는데 이것부터가 오류가 아닌가 합니다. 대부분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정의' 되어버린 것들이지 눈을 세계 밖으로 돌리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수는 각 나라마다 생활의 차이가 있으니 접어두고요,

1. 적은 대인관계라...모르긴 해도 회사안에서 개발에만 묶여있는 까닭에 다른 부서나 다른 회사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진 까닭은 아닐런지요. 끊임없이 새로운것을 만들어 내려면 얼마나 많은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강조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울 나라에선 이런거가 있음 좋지 않을까 하고 있는데, 지구 저편에선 벌써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긴 하도 많이 들어봐서 아실 겁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이런 전쟁터에서 남이 무엇을 하는지 하는 것을 알기 위해 페이퍼 뒤지고, 학회에 가고, 사람들과 연락을 계속 주고 받는 것등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장사를 위해 오지랍을 넓히는 것과는 다른 인적 관계이지요. 직접 만나서 밥먹고 술마시고 상담하고 하는 대인관계는 상대적으로 적을 지 모르겠으나, 한가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만나야(?) 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영업을 뛰는 친구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자신에 투자를 많이 하는 과학기술자가 되어야 합니다. 책상앞에만 앉아 있는 것이 훌륭한 과학자/엔지니어 였던 시대는 갔습니다. 계속 돌아다녀야 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늘려 가치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일단 개발에 들어가면 숨막히게 뛰느라 이런 여유 갖기 힙들지요? 그게 다 인력 배분을 무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아, 그리고 업무 시간중에 사적인 딴짓하기 때문일 까닭도 있겠군요 ^^). 물론 서너명 인원으로 해도 될 것을 열명 투입하라는 이야긴 아니지만, 최소한 자기 계발 할 수 있는 시간과 필요한 학회에 갈 수 있는 여력은 갖어야 하지 않을까요?

단언하건데, 과학자/엔지니어도 분명 '물건'을 파는 사람들입니다. 비즈니스를 모르는 과학기술  전공자는 책상안에 같혀 살기 쉽습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다고요? 그래서 바뀌어야 하는 거지요.^^;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변화된 세상에서 적응 못하고 도태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지요.

2. 짧은 생명이라 ....

그것도 우리나라의 '정의'이지 결코 지구상 모든 곳의 정의는 아닌 듯 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에 신문에는 종종 대기업 연구소등에서 70세가 넒을때까지 연구하다 은퇴한 과학자나 그정도 고령까지 개발을 하다 죽은 엔지니어의 부고등이 심심잖게(한달에 한번 이상) 나옵니다.

우리 회사에서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이미 근무년수 25년을 넘긴 엔지니어가 생생하게 현장 프로젝트에 투입해서 젊은 친구들에 일침을 가하는 모습을 무척 많이 봅니다. 능력이 나이에 비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반비례 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짧은 생명을 가져야 한다고 왜 생각하는 지 모르겠으나, 그것도 역시! 바뀌어야 할 인식입니다.

3. 대기업의 해외 인력 채용에 대해서 유능한 인재를 모으기 위한 것이 이유라고 하셨는데, 이것 또한 정답이 아닌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기업에서 해외 인력을 채용할때 보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제가 경험한 그런 류의 채용 방식에서는 정말 옥석을 가리는 모습을 제대로 본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할때 같이 일했던 석사급의 연구실 동료가 이곳에서 유학할때나 대기업에서 인턴할때의 해외 유학생들보다 훨씬 우수한것 같은 생각이 항상 드는 것은 왜일까요?

물론 유학생들이 훌륭한 실력을 가진 사람일 확율도 많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객지 생활에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외국학생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사람들이라면 말이지요. 1시간도 안되는 대기업들의 해외 채용 인터뷰가 과연 그런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가려낼 능력이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기업은 우수인력 뽑아가야 합니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하지만, 그게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서 우수인력이니 뽑자. 이런식은 안됀다는 거죠. 국내/해외 편견을 갖지 말고 정말 우수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한 겁니다.

대충 '해외 유학 같다온 사람들을 뽑아보니 영어도 잘하는 거 같고 괜찮은 거 같으니 그쪽으로 많이 뽑자~' 이런식으로 채용하는 HR을 보면 정말이지 책임감 없고 능력 부족이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한 사람에 최소 하루를 투자해서 채용 인터뷰를 할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쪽집게 도사라 '척 보면 앱니다'도 아니고 무슨 동아리의 멤버를 뽑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1시간도 안되는 시간을 들여 면접을 보는 회사들의 모습을 보면, 단순히 몇년만 써먹을 소모품을 고르는 것 같은 인상만 느껴집니다. 자신의 회사에 몇십년을 일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뽑는데 1시간이 뭡니까....

그리고 사회가 그런 해외파를 선호하니 유학가라는식의 말또한 너무나 책임감 없는 말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 나라에 남는 사람은 능력이 안되거나 사정이 있어 유학 못가는 그런 사람들만 남겠군요. 우리나라의 대학원 수준을 해외의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게 상식적인 사고 아닌가요?

글을 적다 보니 혹 감정적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봐 걱정 되는 군요. 만약 제 반론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다른 건 다 제하고 의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이니까요...

4. 사회는 날 위해 기다리거나 봉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라는 말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자라는 식에는 절대로 공감할 수가 없군요. 자신에 상황에 맞게 그럭저럭...이란 것은 한마디로 남이 차려 주는 밥상만 먹다 가겠다라고 밖에 생각이 안드는 걸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고, 어느새 내 밥그릇도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험악한 곳. 한치의 여유도 부릴 수 없는 정글이 사회입니다.

과연 제 생각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땅과 저땅 부대껴 본 현재까지의 생각은 '요구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라는 것입니다.

 누구누구들 처럼 일반인들을 괴롭히거나,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못된(!) 짓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나중에 좁은 우리 땅에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지낼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책임을 가지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 보자구요.

  • 필립 ()

      우리나라에서의 '정의'..세계에서의'정의'...가 얼마나 다른지..구분하신게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맞다고 치더라도 당연히 우리나라에서의 현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엔지니어들은 이공계열 대우가 더 낫다는 미국 같은 곳으로 이주하기도 합니다만...인간의 이주의 원인은 현 사회에서의 적응실패라고 봅니다..단지 이공계 현실탓이 아니지요. 인간이 사는 어디든지 기득권이 존재하며 인종/문화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런것들을 알고도 이주하는게..이공계탓만은 아니지요. 한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에서 살걸로 생각하고..한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생각하는게 당연한게 아닐지요.

  • 김용국 ()

      우리나라의 현실, 정말 중요하지요. 그럼 그 현실은 누가 만들어 가는 거죠? 기득권이 주도하는 현 상황에 항상 끌려다녀야 한다는게 논리라면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김용국 ()

      과연 현재의 상황이 정말 '합당'하기 때문에 '상황에 그저 맞추어 살면 편하지않느냐? 왜 굳이 피곤하게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가?' 라고 하시는 건지요?

  • 김용국 ()

      간단한 예로 어느곳이나(이공계또한) 만연한 일류병, 학연/지연/혈연 문제를 보았을때 원래 그런것이니 '적응실패' 하지 않으려면 좋은 학연지연혈연을 갖아야 한다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전 제 자식세대들에게만은 그런 말도 안되는 개념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 필립 ()

      어떤 사회 현상의 옳고 그름은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중요한점은..설사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을 고칠수 있는지 자체가 불확실하고..저자신및 소속 집단도 미약하다는 점이지요.  사실..사회 현상의 합당함..불합리함..자체가 그리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없앨수 있나..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왜 미국인들은 이공계를 기피하는지...공업 선진국 일본에서도 이공계기피현상이 있는거로 알고 있고요.. 호주/뉴질랜드같은 농업선진국가는 아예 이공계를 키울 생각을 안하구요.

  • 필립 ()

      지적하신 각종 연줄문제..도 한국에 존재하는 문제지요. 제 사고 방식은 "현실이 그렇다면 가지는게 좋다"입니다. 그것을 제생각 대로 고쳐 나가기엔 저자신이 미약합니다...어쨌든 연줄문제도 누가 그렇게 하자고 해서 한것도 아니고..한국인의 문화/생활양식과 밀접하기관련해서 생겨난거기 때문에 쉽게 고쳐질께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옳은지..그른지는 잘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쓴데로 옳고 그름에는 큰 관심이없습니다.

  • 필립 ()

      제가 여기에 오게 된건 일단 저자신도 공학도 출신이고 엔지니어로 일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어서 오게 된겁니다. 엔지니어들은 전부 의사/변호사만큼 돈달라고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건 물론 아니시겠지요?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사회관..이공계문제에 관한 견해를 써본거구요...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지요.. 약간은 다른 얘기지만 ..본사이트는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다른사람들이 듣는것만으로도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용국 ()

      제가 드린 이야기에 기분이 상하신건 아닌지요. 저 또한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 다양한 이야기에 반론을 제시할 수 있는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말 필요한 거지요. 예를 드신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선진국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자른 점을 개선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가운데 그렇게 이룰 수 있었던 것이지요. 현실에 안주하면 결국 영원한 개발 도상국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전 돈이야기는 한적도 없지만, 옳고 그름이나 개선의지에 책임등이 관심사가 아니시라니 제가 괜한 소리를 하게 된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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